셰리 와인, 위스키 숙성에도 사용되는 셰리 오크통

셰리 위스키 그리고 셰리 와인. 술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많이 들어본 듯한 셰리라는 단어. 우리가 여러 술들을 마시다 보면 셰리라는 단어가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셰리 위스키가 가장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셰리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을 위스키 숙성에 사용하는 것 같은데, 정확한 셰리 와인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복잡해 보이기도 하는 셰리 와인의 세계. 오늘은 이런 궁금증을 자아내는 셰리 와인 그리고 그 종류별로 조금씩 이름도 달라지는 셰리 와인에 대해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셰리 와인 캐스크 숙성, 다양한 위스키 라벨 사진
다양한 셰리 오크통 숙성을 표시한 위스키 라벨들





주정강화 포도주인 셰리 와인 Sherry Wine

기본적으로 셰리 와인의 생산지는 스페인의 남부 지방에 위치해 있는 헤레즈 데 라 프론테라 (Jerez de la Frontera) 근처에서 생산한 백포도를 원료로 이용해서 만든 강화 포도주입니다.


셰리는 영어 식 명칭입니다.

영어로 하면 셰리 (Sherry)지만 스페인에서는 헤레즈 (Jerez)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스페인 옆나라인 꼬냑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는 Xérès 단어로 사용됩니다.


강화 포도주 셰리 와인

보통 포도로 만든 와인은 알콜 도수가 10% 위아래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셰리 와인은 그 보다 높은 알콜 도수를 가지고 있으며 보통 15%에서 20% 이상을 보여 줄 정도로 보통의 와인보다는 알콜 도수가 높습니다.


오드비를 넣어 알콜 도수를 높이게 되는 셰리 와인

셰리와인을 만들 때 와인을 증류해서 만들어낸 오드비를 첨가해서 만들 게 됩니다. 셰리 와인의 숙성이 완료된 후 오드비를 넣어서 알콜 도수를 높이게 됩니다. 오드비란 흔히 우리가 말하는 브랜디를 말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꼬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꼬냑 그리고 아르마냑 지역에서 생산되는 아르마냑도 포도를 원료로 한 브랜디의 하나입니다. 이런 이유로 보통 와인보다는 강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것도 바로 셰리 와인입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드는 와인 중 유명한 건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이 있습니다. 같은 주정강화 와인이지만, 셰리 와인과 포트와인의 다른 점은 포트와인은 숙성 도중에 오드비를 넣어 알콜 도수를 높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셰리 와인의 종류”

셰리와인은 포도의 품종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게 됩니다. 크게 보면 페드로 히메네즈 (Pedro Ximénez, 흔히 PX 라고 부릅니다), 모스카텔 (Moscatel) 그리고 팔로미노 (Palomino) 이렇게 3종류가 있습니다.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PX나 모스카텔 같은 단어는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팔로미노 (Palomino)로 만들어지는 셰리와인들

셰리 와인은 팔로미노 품종의 포도로 가장 많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거의 90프로 이상이 팔로미노 품종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거의 모든 셰리와인은 팔로미노 품종의 셰리 와인입니다.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적은 페드로 히메네즈와 모스카텔 품종으로 만들어진 셰리와인들은 단품종으로 생산되기도 하지만, 팔로미노로 만든 셰리와인에 섞여져 사용되기도 합니다. 가장 많은 생산량의 팔로미노 품종으로 만들어지는 셰리와인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위스키 라벨에서 많이 보이고, 셰리 와인을 넣었던 오크통으로 위스키 숙성에도 많이 사용되는 관련된 몇가지의 셰리 와인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올로로소 (Oloroso) 셰리 와인’

위스키를 드시는 분들에게는 올로로소라는 단어가 익숙하실 겁니다. 많은 셰리 위스키들이 올로로소 셰리 오크통에서 위스키를 숙성시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러한 느낌으로 알 수 있듯이 이 올로로소 셰리와인은 팔로미노 품종의 포도로 만든 셰리와인 중에서는 흔한 편에 속합니다. 알콜 도수는 18% 정도가 많으며, 플로르는 없습니다. 플로르라는 건 와인의 효모가 살아있을 때 생기는 효모 막이며 이는 공기가 와인을 만나는 걸 막아주면서 산화를 방지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올로로소 와인은 이런 플로르가 없으니 공기와 만나기 쉬워지며 산화의 과정을 거쳐 풍미자체가 견과류의 느낌이 나타나게 됩니다. 단맛이 강해 식후용으로 좋은 셰리 와인입니다.



보관이 용이한 올로로소 셰리 와인

이 셰리와인은 이미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 산화 과정을 겪었고, 보통 와인보다 높은 알콜 도수를 가지고 있으므로 개봉후에도 보관이 용이합니다. 오픈을 했을 경우에도 냉장보관만 잘 이뤄지면 1개월이상 보관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오랜 숙성을 거친 올로로소 셰리 와인이라면 그 이상 기간의 보관도 가능하게 됩니다. 이러한 성향으로 피노 셰리 와인보다 고숙성의 와인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피노 (Fino) 셰리 와인’

셰리와인 중에서 올로로소와 더불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게 바로 피노 셰리 와인입니다. 피노는 올로로소에 비해 알콜 도수가 조금 낮게 만들어집니다. 보통 알콜 도수 15% 정도로 만들어집니다. 15% 정도의 알콜 도수에는 효모가 살아있게 됩니다. 이 덕분에 올로로소는 사라진 효모가 살아있음에 플로르가 있으며, 이로 인해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주어 산화를 방지해주고 있습니다. 산화로 인한 숙성이 안되는 방식으로 올로로소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셰리 와인이 완성되어집니다. 피노 셰리와인은 가벼운 느낌으로 식전 와인으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오픈후 보관이 까다로운 피노 셰리 와인

피노 셰리와인은 올로로소보다 보관을 길게 가져가지는 못합니다. 피노 와인은 보통 오픈을 한다면 그날 바로 다 소진하는 걸 추천하기도 합니다. 와인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리 오픈 후 냉장보관을 한다고 하여도 하루 이틀 지나게 된다면 맛이 변할 수 있습니다. 늦어도 일주일 이내로는 소비하는 게 좋습니다. 주정강화를 하지 않은 와인은 오픈후 보관기간은 더 짧겠지만, 그래도 보관기간의 큰 차이를 느끼기에는 힘듭니다. 피노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올로로소 셰리 와인에 비해 고 숙성 제품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몬티야도 (Amontilado) 셰리 와인’

아몬티야도 또는 아몬틸라도라고 불리는 셰리와인이 있습니다. 흔하진 않지만 위스키 라벨에도 가끔 보이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이 아몬티야도는 피노를 오래 숙성시켜서 만들게 됩니다. 피노 셰리 와인을 6년 이상 장기 숙성시키게 되면 알콜 도수도 높아지게 되며 결국에는 있었던 플로르도 없어지게 됩니다. 알콜 도수는 피노 와인과 비교해 높은 도수로 17% 정도로 올라갑니다. 이러한 점으로 시간이 지난 뒤 공기와의 접촉으로 와인이 산화가 진행되어, 어떻게 보면 피노 셰리 와인과 올로로소 셰리 와인의 가운데쯤에 위치한 셰리와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픈후 피노보다 오래 보관이 가능한 아몬티야도 셰리 와인

이 셰리와인은 산화가 진행되었고 피노보다 높은 알콜 도수를 가지고 있음에 오픈후에 꽤 오랜 시간 보관이 가능해집니다. 올로로소와 비슷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어떻게 보면 피노 와인의 단점이 조금 사라진 느낌의 셰리 와인입니다.



‘만자니아 (Manzanilla) 셰리 와인’

만자니아 셰리와인. 이 셰리와인은 특정 지역인 산루카 (Sanlucar)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셰리 와인입니다. 기본적인 스타일은 피노 셰리 와인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이 셰리와인이 특별한 점은 날씨의 영향으로 플로르의 활동에 좋다는 점입니다. 만자니아라는 단어는 대만 위스키 업체인 카발란의 만자니아 셰리 캐스크 위스키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피노와 비슷한 보관 방법, 만자니아 셰리 와인

만자니아 셰리와인은 기본적으로 플로르가 있는 스타일의 셰리 와인입니다. 피노 셰리 와인과 비슷하게 한번 개봉하게 된다면 공기와의 접촉으로 산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맛이 변하기전에 빠른 시일내에 소비해야 좋습니다.



가벼운 셰리와인을 원하신다면 피노 그리고 만자니아를 추천

가볍게 상쾌한 느낌의 와인을 원하신다면 피노 셰리와인 그리고 만자니아 셰리와인이 좋은 선택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인 묵직한 느낌을 원하신다면 올로로소 셰리와인이 좋은 선택입니다. 만약 그 중간 어디쯤을 원하신다면 아몬틸라도 셰리와인이 되겠습니다.


오래두고 마시려면 올로로소나 아몬틸라도 추천

와인을 오픈한 뒤에도 조금씩 오래 마시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올로로소 셰리와인이나 아몬틸라도 셰리와인이 좋은 선택이 되겠습니다. 둘 다 이미 공기와의 접촉으로 산화 숙성이 진행된 와인이라 오픈 후 냉장보관만 잘 하시면 길게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픈 후 그날 다 소비하는 성향이 있으신 분들은 취향에 맞게 와인을 고르시는 게 정답이 되겠습니다.



위스키 숙성에 사용되는 셰리 와인 오크통

셰리 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몇 가지 종류들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위스키와 셰리 와인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그런 관계일 겁니다. 기본적으로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숙성시킬때, 셰리 와인을 넣었던 오크통을 사용하는 게 기본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위스키를 어떤 통에 숙성 시켰냐에 따라 맛과 향이 크게 변하기도 하며, 위스키의 가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위스키 숙성이 진행되는 셰리 오크통의 중요성은 위스키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느껴 지기도 합니다.